교상 상처
대부분의 교상 상처는 오염된 상처로 분류된다. 따라서 초기 세척이 중요한 예후 인자가 된다. 따라서 개 교상 이후 병원에 가기 전 단계에서부터 많은 양의 물로 상처 부위를 깨끗이 씻는 것이 도움이 된다. 병원에서 상처 봉합 등의 치료 방침은 상처의 부위와 교상 정도 및 오염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개에 의한 교상은 대부분 깨끗한 상처 소독과 일차봉합을 해도 무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으로 인한 상처 부작용 감소를 위해 항생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요구된다. 외국의 문헌을 참고하면 상처 감염이 생길 확률은 병원 치료를 하는 경우 약 4%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감염의 위험성을 높이는 위험인자는 당뇨, 50세 이상의 고령층, 만성 알코올 중독자, 혈관 질환자, 교상의 부위가 손?발?관절, 깊은 상처, 관통창, 치료 지연 등을 들 수 있다.

광견병
광견병에 걸린 포유동물의 타액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이 바이러스는 라비스(Rabies)라 불리며, 주로 교상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 교상이 일어난 주위의 근육에서 이 바이러스는 증식하여 말초신경을 타고 중추신경계로 전파된다. 주로 뇌염을 유발하며 대부분의 경우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국내에서는 1984년 1건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1993년 9월 강원도 철원지역의 개에서 처음 발생한 이래 휴전선 부근에서 다수 발생이 보고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개에게 물려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으나, 미국의 경우 야생 포유동물에서 더욱 빈번하게 발견된다.
연령별로는 10세 이하가 가장 많고, 10대가 그 다음을 차지하고 있다. 물린 부위는 손, 다리 등의 사지가 가장 빈번히 나타난다.

증세
광견병의 발생이 적은 곳에서는 비특이적인 광견병 초기 증세가 다른 병으로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이런 비특이적인 초기 증세는 두통, 발열, 인후통, 근육통, 위장관 증세, 요통 등이 있다.
교상 부위의 감각이상도 나타날 수 있다. 불안과 초조도 광견병의 증세로 나타나며, 이는 정신과적 질환으로 오인될 수 있다. 진행되면 뇌염과 마비형 광견병으로 나타나며, 치료하지 않을 경우 거의 3일 내지 10일 이내에 사망한다.

교상 후 예방 면역 치료 결정 인자
상처의 정도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상처 (교상과 비 교상)로 나눌 수 있다. 교상의 경우는 바이러스가 침투할 확률이 높은 상처이다. 비 교상 (찰과상, 단순 접촉 등)의 경우는 바이러스가 침투할 확률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상을 유발한 개의 종류도 교상 후 광견병 예방 면역 치료 여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광견병 예방 접종을 받은 개이거나 집에서 기르는 개의 경우 교상을 유발한 개가 평소와 다른 점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광견병 유발 확률이 낮다. 집에서 기르는 개는 아니지만, 포획되어 관찰이 가능한 개의 경우도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광견병 다발 지역에서 주인 없이 떠돌아다니는 개에게 교상을 입은 경우는 광견병 예방 면역 치료에 관한 전문가적 소견이 요구된다.

상처 치료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는 많은 양의 물로 상처 부위를 깨끗이 씻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교상 후 3시간 이내에 비눗물로 상처 부위를 강하게 닦아주는 것이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체내 침투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로 씻을 경우 수압을 높게 하여 상처 부위를 씻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즉 샤워기 등을 이용하여 높은 압력의 물로 상처 부위를 계속해서 씻어 내는 것은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겠다.

수동적 면역 치료
(Rabies immunoglobulin, RIG)
우리나라는 광견병 예방 주사가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개 교상 이후 우리나라 국민들과 같이 이전에 광견병 백신을 맞은 적이 없는 환자에게 즉각적인 광견병 항체 형성을 위해 주입하는 약제가 광견병 면역 글로불린(Rabies immu-noglobulin, RIG)이다. 이는 교상 후 빠른 시간 내에 투여될수록 효과적이며, 교상 상처 주위에 가능한 한 전량을 주사한다. 교상 부위가 좁아 전량을 주사하지 못할 경우 백신 주사 부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근육주사 한다.

능동적 면역 치료
광견병에 대한 백신 투여가 이에 해당된다. 3가지 백신이 미국 식품 의약품 안전청(FDA)에 등록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HDCV(Human Diploid cell Rabies Vaccine)가 사용된다. 백신의 접종은 한 차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총 5차례의 백신 근육 투여가 요구된다. 병원 내원일 첫 근육 주사 이후 3일, 7일, 14일, 28일에 각각 근육주사를 맞아야 한다. 주사 부위는 상지의 근육이 추천된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이러한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즉 광견병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일부 환자들에게 고려되어야 한다.

치료 방침의 결정
우리나라와 같이 광견병 발생 위험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집에서 기르는 개의 경우나 포획 후 격리 관찰이 가능한 경우 및 광견병 백신을 맞은 개에게 교상을 당한 경우는 면역요법을 곧바로 시작할 필요는 없다. 다만 10일간의 관찰기간 동안 교상을 입힌 개의 건강상태를 확인한 후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광견병에 걸린 개의 경우 타액에 바이러스가 검출되기 시작한 후 3일 내지 9일 이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동물 포획이 불가능하여 관찰이 불가능하거나 관찰 중인 개가 사망하는 경우는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여 전문의의 소견을 듣고 백신 투여 여부를 결정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광견병 발생의 위험 지역이 아니다. 따라서 개에 의한 교상은 광견병 발생 보다는 상처 치료에 일차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집에서 기르는 개가 아닌 경우는 일단 교상을 입힌 개를 포획하여 관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단, 위험 지역의 야생 동물이나 떠돌이 개에게 교상을 당하고 포획에 실패한 경우는 지체 없이 상처 부위를 깨끗이 씻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요구된다. 국내 대부분의 병원에 광견병 면역 글로불린과 백신이 없으므로, 가능하다면 큰 병원에 가서 전문의의 소견을 듣고 교상 후 광견병 예방 면역 치료의 필요성 여부를 판단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면역 치료가 요구되는 경우는 이 약제가 있는 곳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겠다.
국내에서는 국립보건원, 국군수도병원, 미군 121 병원 등 일부 병원에서만 이러한 약제를 보유하고 있다.

<이한식 (영동 세브란스 병원 응급의학과장 대한응급의학회이사장)